[경북도민방송=손중모 기자]‘포스터’ 하면 ‘불조심’, ‘반공방첩’,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등의 정책 홍보 포스터나 붉은색 글자의 영화 제목이 담긴 포스터가 선명하게 남아있다.포스터는 별다른 홍보 수단이 없던 시절 골목과 거리, 전봇대, 건물 외벽에 붙여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관객을 모으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었다.용도를 다한 포스터는 떼어서 버려질 뿐만 아니라 크기도 커서 다른 문화예술 자료에 비해 잘 정리되고 보관, 보존돼 있는 경우가 드물다. 그럼에도 살아남은 포스터는 생생하게 그날, 그 시대의 공연을 증언하고 있다.그 시대를 읽을 수 있듯 공연 포스터를 통해 지역의 문화예술사를 확인할 수 있는 전시가 이달 4일부터 열린다. 바로 문화예술아카이브 열린수장고(대구예술발전소 3층)에서 열리는 ‘포스터, 공연을 열다 : 포스터로 본 대구의 문화예술’ 전시다.이 전시는 대구광역시가 문화예술 자료 수집 과정에서 기증받은 포스터를 선별해 희귀 포스터 실물 14점, 영상(이미지 200여 점), 포스터 관련 자료 30여 점 등을 선보인다. 소개되는 실물 포스터는 지역사나 예술사에서 의미 있거나, 포스터 디자인의 변화를 보이는 것을 선별해 ‘포스터가 그린 일제강점기 부터 6.25 전쟁기 예술의 풍경들’, ‘역사적 사건을 증언하는 몸체, 포스터’, ‘포스터가 기억하는 지역 예술인과 단체들’, ‘포스터가 기록한 지역 문화사의 첫 걸음들’ 부분으로 의미를 부여했다.특히, 일제강점기 상영된 영화 ‘그레이트 왈츠’, 6.25 전쟁 중 문총구국대의 후원을 받아 열린 제2회, 제3회 김상규 신무용발표회의 포스터와 2.28 민주운동 1주년을 기념한 ‘학도예술제’의 포스터 원본을 최초 공개한다.또 일제강점기 대구 사진의 기반을 닦은 최계복(1909~2002)이 촬영한 현대무용가 김상규 무용 사진 4점도 최초 공개한다. 김상규는 이 사진을 활용해 공연 팸플릿을 제작했고 작품의 기록을 남긴 것으로 1950년대 초 사진가와 무용가의 협업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이 외에도 지역 예술인들과 예술단체의 희생과 다양한 활동으로 문화예술의 기반을 다진 1960년대, 이를 기반으로 최초, 최고의 결실을 맺은 1970 부터 1980년대의 포스터 등 ‘포스터의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는 시기에 제작된 포스터를 확인할 수 있다.이 시기 회화 작가의 도움을 받아 제작된 포스터, 사진 작가의 사진을 소재로 한 포스터, 산업 디자인적 개념이 도입된 포스터 등 디자인의 경향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또 이번에 전시되는 포스터를 통해 대구의 공연장 명칭의 변화와 새로운 극장의 개관과 폐관의 흔적도 찾아볼 수 있다.영남대 정재완(디자인 전공)교수는 “문화예술 포스터는 정보를 전달한다는 기능주의를 넘어서 고도의 심미성을 품은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여겨진다. 포스터는 거리나 광장 그리고 모두의 손바닥 속 스마트폰 화면 안에 존재하는 것처럼 공공성을 지닌 매체다. 그렇기 때문에 각 시대의 포스터는 당대의 가장 최첨단 기술과 표현 방식을 보여주는 거리의 디자인이다”고 전시 해설에 밝혔다.실물 외 영상으로 만날 수 있는 포스터 이미지는 무용, 연극, 음악, 오페라, 번외편(어린이 공연) 등 장르별, 시대별로 구성한 200여 점이다.이 영상을 통해 포스터에 담긴 공연의 경향과 포스터 디자인의 흐름까지 파악해 볼 수 있다. 전시장 또 다른 한편에서는 포스터에 담긴 공연과 관련한 팸플릿과 자료도 함께 전시한다.이재성 대구광역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포스터, 공연을 열다’ 전시를 통해 최초 공개되는 포스터는 지역의 문화예술은 지역의 역사와 시민과 늘 함께했음을 확인시켜 준다”며, “앞으로도 지역 문화예술의 빛나는 순간을 담은 미래 유산을 발굴·공개해 문화예술 도시, 대구의 자부심을 드높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