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9일은 ‘아동학대 예방의 날’이다. 이날은 휴일도 아니고 국가적으로 거창한 기념식을 하는 기념일도 아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날 임에는 분명하고 그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 날은 여성과 아동의 권리 옹호를 위해 활동 중인 비영리기구 세계여성정상기금(WWSF:Womem’s World Summit Foundation)이 아동학대 문제를 널리 알리고 아동학대 예방의 필요성에 대한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정한 기념일로, 우리나라에서는 2011년 〈아동복지법〉에 ‘아동 학대 예방의 날’을 규정하여 현재 법정기념일로 기념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심각한 저출산 국가로 손꼽히고 있으며, 출산률을 높이기 위해 국가적인 정책뿐만 아니라 각 지자체마다 출산아동 1인당 지원금을 몇 백만원씩 지급한다는 등 각종 지원책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 저출산 국가로서 출산율을 높이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출산된 아동들이 정신적·육체적으로 건강하게 그리고 행복하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관심과 애정을 가지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일 것이다. 몸과 마음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아동기 무렵, 부모님이나 교사 등 보호의무자로부터 학대라는 상처를 입게 되면 그 상처는 평생 마음의 흉터로 남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아동학대’ 란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행위 뿐만 아니라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성적불쾌감 및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행위에 해당하는 성 학대, 그리고 가정폭력 등 위험에 노출시키거나 의식주 등을 불중분하게 제공하는 방임 행위도 아동학대의 범위에 포함된다. 아동권리보장원의 발표에 따르면 2023년도 전국 아동학대 신고접수 건수는 총 48,522건이며, 이 중 아동학대 의심 사례는 45,771건으로 전체 신고접수의 94.3%에 해당한다.    통계 중 유념해서 볼 부분은 학대 행위자와 피해아동과의 관계인데, (친·계·양)부모 또는 친인척에 의한 학대 건수가 22,106건으로 전체의 85.9% 차지하고 있다니, 가장 소중하게 사랑받아야 할 가정이 아이러니하게도 아동학대의 주된 장소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훈육과 학대의 경계가 어느 정도인지 명확하게 선을 그을 수는 없다. 2021. 1. 26. 민법상 친권자의 자녀징계권 조항이 폐지되어 현재 자녀에 대한 체벌이 일체 금지되고 있으나, 올바른 자녀 양육을 위해서는 사랑의 매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체벌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여전히 대립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체벌이 반드시 자녀를 올바르게 성장시킨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체벌로 인한 긍정적 효과보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아동의 마음에 평생의 상처를 입히게 된다면, 사랑해서 낳은 소중한 내 아이가 자신이 누려야 할 기본권리인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없고,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 또한 해낼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더욱 높기 때문이다. 특히 유년 시절에 학대를 겪었다면, 조현병, 양극성 장애 등 중증 정신질환 발생 확률이 4배 이상 높고, 우울증, 불안 장애 등 경증 정신질환 발생 확률이 2배 이상 높다고 정신과 전문의들은 얘기한다. 아동학대는 아동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에 해당한다.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서는 부모 등 보호의무자의 인식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훈육이라는 미명 아래 사소한 체벌이라도 가하게 된다면, 경험칙상 그 체벌의 강도는 점차 높아지게 되고, 결국 사랑하는 내 자녀의 미래를 망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인식해야 할 것이다. ‘아동학대 예방의 날’부터 1주간은 ‘아동학대 예방 주간’으로.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공익광고, 캠페인 및 민간기업과 협업 홍보활동을 진행하고, 경찰에서도 아동보호전문기관 등과 함께 캠페인 등 홍보활동을 진행한다. ‘아동학대 예방의 날’은 11월 19일이지만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서는 1년 365일이 ‘아동학대 예방의 날’이 되어야 하고,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는 격언처럼 ‘훈육을 위한 체벌은 명백한 아동학대에 해당한다’는 것을 기억하고, 우리 모두가 아동의 마음에 상처 대신 사랑으로 가득 채워 주는 진정한 보호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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